성자 발렌타인, 그는 누구인가?

2월 14일은 연인들이 초콜릿과 캔디 등으로 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한다는 발렌타인 데이이다. 해마다 발렌타인 데이가 돌아오면 사랑에 들뜬 젊은 연인들은 꽃집과 선물 가게를 뒤지느라^13.1 부산을 떨지만 이 날의 주인공인 성 발렌타인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로마인들이 아직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하기 전인 서기 3백 년경 발렌타인은 가톨릭교의 사제였고 성자였다. 발렌타인이 연인들의 수호신이 된 데에는^13.2 그만한 연유가 있다.

발렌타인과 동시대의 사람인 로마의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젊은이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령을 만들었다. 유부남들이 전투에 참가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군인으로 장기 복무한 뒤 늦장가를 들라는^13.3 무서운 법이었다.

하지만 발렌타인은 황제의 명령을 무시한 채 젊은이들을 위한 비밀 결혼식을 열어 주었다. 이에 분노한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순교의 날을 기다리며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발렌타인은 교도관의 눈먼 딸과 사랑에 빠졌다. 눈먼 여인과 하나님을 향한 그의 거룩한 사랑은 결국 기적을 불러왔다. 그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기 바로 전에 맹인 처녀가 눈을 뜬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발렌타인은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그 처녀에게 “당신의 발렌타인으로부터”라는 서명이 담긴 최후의 사랑의 편지를 남겼다. 그리고 그의 이 마지막 서명은 지금도 발렌타인 카드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일보, 하와이판, 1998년 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