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방

감각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다섯 감각이 있는데 민족이나 문화권에 따라 그 중 어느 감각이 다른 감각보다 더 발달하고 덜 발달하고 한다. 그 예로 촉각 문화의 차이를 보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길을 걸을 때 몸이 닿거나 차 속에서 몸이 닿거나 하면^16.1 반드시 미안하다고 용서를 빈다. 이것은 촉각 거부의 문화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촉각 문화가 발달했다. 한국인은 신기한 것을 보거나 물건을 살 때 대체로 그 물건을 만져 본다. 특히 의류는 그렇다. 명소나 고적지의 유물들을 볼 때 부분마다 손때가 반지르르한 것은 눈보다는 손으로 구경하는 한국인의 문화 때문이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촉각 문화의 유산으로 ‘온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은 일생의 약 3분의 2 이상을 이 온돌 바닥과 접촉을 하고 살아 왔다. 서울 한강 맨션아파트나 반포아파트 등 초기에 아파트를 지을 때 온돌을 없애고 서서 살게 지었었다. 온돌 난방에서 공기 난방으로 현대화하였으나 여기에서 살기 시작한 한국인들은 온돌 없는 현대화에 갈등과 저항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한 집 두 집에서 방 하나쯤을 전기 난방의 온돌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후에 지은 아파트에는 온돌방의 비율이 차츰 커 가더니^16.2 요즈음에 지은 아파트의 방들은 한 방도 예외 없이 온돌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아파트 방 구조는 온돌이 한국인에게 방 안을 따습게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공기 난방으로 살기가 쾌적한데도 굳이 온돌을 택하는 이유는 바로 수천 년 한국인에게 유전된 촉각의 문화 때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16.3
 

「한국인의 생활구조」(1994), 이규태, 서울 기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