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마다 숫자에 대한 느낌이 다릅니다. “한국인과 숫자”에 관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세요.

한국 민족은 유난히 3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제야의 종소리는 서른세 번 울리고, 조선 시대 성문을 여는 시간 즉 통금 해제를 알릴 때도 종을 서른세 번 쳤습니다. (1) ___________  신라 시대의 화랑도 서른세 명이 정원이었고, 과거 시험에서도 서른세 명을 뽑았습니다. 과거에 한국 민족이 특히 3을 좋아했던 까닭은 3이 가장 안정된 수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음양 사상에서는 짝수를 음의 수 (나쁜 수), 홀수는 양의 수 (좋은 수)라고 봅니다. 3은 홀수 중에서도 하늘과 땅과 사람을 모두 포함하는 완전한 수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계절 풍속을 보면 홀수가 겹치는 날을 아주 좋은 날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력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같은 때에는 잔치를 벌여 신나게 놀며 춤을 추었지요.

그렇다고 해서 짝수를 무조건 싫어하지는 않았습니다. 짝수 가운데 100이나 1000은 좋은 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백년 해로”나 “백만장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100을 꽉 찬 수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1000은 천리마나 천리안 같은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아주 좋은 숫자로 여겼습니다.

한국 민족은 대체로 짝수를 싫어했지만, 그 중에서도 4를 특히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합니다. 죽는다는 뜻의 사(死)자와 발음이 똑같기 때문이지요. 건물이나 병원 따위에 4층이나 4가 들어간 숫자가 거의 없는 것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지요. 숫자에 대한 이런 느낌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오랜 생활 경험 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우리 문화 퀴즈 탐험」(1999), 김수영 지음, 서울 사계절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