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심야족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헬스클럽 “골드짐”은 “달밤에 체조하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 1월부터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골드짐은 시내에서 강남으로 통하는 주요 교통로에 있는데 이곳의 밤 시간 고객은 퇴근하는 직장인들과 인근의 동대문시장 상인들이다. 골드짐의 지도 교사 남재만 씨(25)는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가 가장 붐비는 때지만 밤 12시가 넘어서도 평균 20명 안팎의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다”면서^17.1 심야 손님들이 전체의 30-40% 가량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수영장이나 스쿼시클럽과 같은 스포츠센터도 “심야 스포츠족”^17.2들을 반긴다. 일산 뉴코아 스포츠센터의 이종민 소장(39)은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수영장과 실내 골프 연습장, 헬스클럽을 찾는 손님들이 100여명 된다”면서 야간 이용객들에게는 18% 가량 낮은 요금을 받는다고 밝혔다.

“나이트 쇼핑족”들도 밤거리를 누빈다. 서울 반포동 아파트촌에 위치한 24시간 대형 할인점 킴스클럽에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도 쇼핑카트를 끌고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이 매장 안을 서성거린다. 졸린 눈을 비비는 아이들을 쇼핑카트에 태우고 장을 보는 젊은 맞벌이 부부나 야근을 하다가 퇴근 길에 장을 봐 가는 젊은이들이 이 시간의 주요 고객.^17.3 인근 아파트에 사는 맞벌이 주부 이윤자 씨(32)는 “평일에는 장을 볼 시간이 없는 데다 주말 낮 시간에는 쇼핑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밤늦게 남편과 함께 이곳에 들러 쇼핑을 한다”면서 심야 쇼핑은 주차하기도 편하고 물건 값 계산하는 시간도 짧게 걸린다고 말했다.

4년 전부터 전국 22개 점포 중 17개 점포를 24시간 개방하는 킴스클럽 측은 심야 손님이 전체 고객의 30% 안팎이라고 밝히면서 특히 여름철에는 피서를 겸한 심야 쇼핑족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동대문 대형 의류 상가 밀집 지역에는 한밤중이면 때아닌 교통 체증이 일어난다. 밀리오레, 거평프레야, 두산타워 등에는 밤 11시 이후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이 들어찰 정도. 의류 뿐 아니라 가방, 액세서리 등 잡화가 백화점보다 절반 이상 싼 가격에 팔리며, 수입 상품 전문점도 4월 초 문을 열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강변 CGV 영화관의 11개 개봉관은 평일 밤 10시, 주말 밤 12시에 마지막 회를 상영한다. 압구정동 씨네플러스도 주말엔 밤 12시가 마지막 회 상영 시간. 주말 밤에 예약하지 않고 들렀다가는^17.4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없을 정도다. 신촌 일대의 10여 개 영화관들도 토요일에는 아예 “주말 나이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밤 12시부터 새벽 5-6시까지는 만 원만 내면 3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대학 종합 병원과 개인 병원의 야간 진료도 점점 일반화하는 추세. 이대 동대문병원에서는 가정의학과, 내과, 산부인과, 그리고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은 치과 등에서 야간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 번동의 경희치과는 오후 9시 30분까지 직장인을 위해 야간 진료를 실시하는데 약 20% 가량의 손님들이 이 시간을 이용한다는 것. 또 서울 압구정동의 일부 성형 외과에서도 밤 9시 30분까지 직장인을 겨냥한 야간 진료를 실시 중이다. 김석기 성형 외과의 간호사 서창숙 씨(28)는 “피부 스케일링이나 제모 수술 등 간단한 성형 수술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퇴근 길에 들러 진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출처: 1999년 4월 2일자 인터넷 경향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