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알아야 시장을 잡는다

오늘의 여자는 어제의 여자가 아니다. 더 이상「인형의 집」의 노라가 아니다. 어려서는 부모의 귀여운 인형으로, 커서는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의 어머니로 세 번 태어난다는 과거의 여성관은 사라졌다. 이제는 여자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남자와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히려 많은 여자는 경제권을 잡고 있고 남자는 매일 여자한테 손을 벌리는 불쌍한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는 여자를 알아야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고 여자를 모르고서는^15.1 설득력 있는 광고를 낼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여자는 어떤 성품이 강하고 무엇에 흔들려서 지갑을 열까? 우선, 여자는 자존심과 질투심이 강하다. 어떤 물건이 아주 좋다고 하면 당장 사지 않고는 못 견딘다. 남에게 뒤떨어지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탤런트처럼 살고 싶어하고, 배우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어하고, 때로는 백만장자의 아내가 되어 여행을 다니는 꿈을 꾼다.

둘째, 여자는 유행을 좋아한다. 유행에 뒤떨어지면 불안을 느낀다. 누구보다도 세련되고 현대적이라야 안심한다. 굽 높은 구두가 유행이면 굽 낮은 구두는 신발장에 2년이고 3년이고 낮잠을 자야한다. 청바지가 유행이면 청바지를 사야만 하고 미니스커트가 유행이면 미니를 입어야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파트의 커튼을 유심히 보라.^15.2 한 집에서 커튼 무늬를 바꾸면 도미노 현상이 벌어진다. 유행 앞에서는 돈이 문제가 안 된다. 일단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여자는 분위기에 약하다. 전열등 밑에서보다 촛불 밑이 사랑을 고백하는 데 좋은 이유는 여자의 무드 속성 때문이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그럴듯한 레스토랑에서 먹기를 원한다. 무드가 있기 때문이다.

넷째, 여자는 겁에 약하다. 필요하다면 겁을 주라. 그러면 홀딱 넘어간다. “당신은 늙어가고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남편을 위해 지금까지 희생한 삶, 자녀를 위해 고생한 세월. . . 이제 당신한테 남은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겁을 주라.

다섯째, 여자는 아부에 약하다. 아부는 누구나 좋아하는 묘약이다. 여자에게 잘 먹히는 아부는 나이, 아름다움, 신분, 행복 등이다. 예쁘다고 하면 금방 입이 짝 벌어진다. 가게 점원이 사십 먹은 여자에게 “대학생인가보죠?” 하면 십중팔구 물건을 사게 된다.

카피라이터는 여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여자의 마음을 알고 여자를 움직이는 광고 카피를 쉽고 재미있고 호소력 있게 써야 한다. 그래야^15.3 여자들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김원규 [엘지 애드 카피라이터]의 “여자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새국어생활」제2권 제2호 [1992] 특집: 광고와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