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

장진주

내가 어려서 제일 처음으로 읽었던 미운 오리새끼는 아주 단순한 그림 동화책 이였다. 노란 오리 새끼들 틈 속에서 유독 혼자 하얀 빛깔을 띄며 그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미운 오리새끼의 그림이 떠오른다. 다른 오리 새끼들과는 색깔도, 생김새도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미운 오리새끼는 결국 백조가 되어 아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날아간다. 어릴 적 자신을 놀리던 그 오리 형제들 위로 유유히 날아가던 백조의 그림을 보며 어린 마음에도 어찌나 기쁘고 통쾌하던지…

이 동화는 항상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미운 오리새끼가 형제들에게 구박 받고 여기 저기 쫓기듯 돌아다니며 고생을 하였을 때는 그가 너무도 불쌍했었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그토록 부러워하던 백조가 바로 미운 오리, 자기자신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순수했던 어린 시절, 나의 미래에 대해 큰 희망을 주었던 동화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막연하게나마 그것은 벅찬 감동으로 온 것이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아무리 초라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더라도, 또한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보잘 것 없더라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것이 순수했던 시절 더 큰 기쁨과 가슴 벅참으로 다가왔었을 것이다.

내가 어려서 자라던 시절에는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모습이 되기를 강요 당했던 것 같다. 남들과 너무 다른 생각이나 행동들은 다른 이들에게 제지 당하고 심하면 따돌림까지도 당했었다. 개인의 독특한 개성이나 독창성 보다는 남들과 똑같이 어울리고 융화되는 그런 획일화된 모습만이 인정되는 그런 사회였던 것 같다. 똑 같은 패션에 똑 같은 사고방식, 그리고 똑 같은 생활방식. 그런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모두들 두려워 하는 듯 했다. 마치 모두 똑 같은 모습의 오리 새끼여야만 하는 것처럼… 그러나 모두 똑같기만 했다면 백조는 영영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오리가 꼭 백조보다 못한 동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런 독특한 다양함 속에 세상은 더욱 조화롭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한 평생을 두고 보면 인간에게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가 찾아 올 것이다. 그러나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불행과 질병, 그리고 고통들 뒤에 나타난 판도라의 희망처럼 우리가 그러한 희망을 잡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우리도 한 마리의 백조가 되어 저 하늘 위로 유유히 날아가리라.